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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살아남을 이들을 위하여

기사승인 2021.10.21  19: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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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소방서 의무소방 수방 강인성

인구 10만 명 당 26.9명. 그리고 1만 3,799명.

위 숫자들은 2019년 통계에 따른 한 해 자살시도자 수, 그리고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이다.
소방서에 들어와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수면제를 과다복용했다’, ‘자해를 시도했는데 피가 멈추지 않는다’, ‘목을 매고 사람이 죽어있다’ 등….
의무소방원으로서 처음 자살출동에 나갔던 때를 기억한다.
누군가 가족과 싸운 후 죽으려고 창문에 매달려 있다는 신고였는데 현장으로 가며 제발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도만 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요구조자는 창문 틀에 매달려 있었고, 주민들은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다들 분주하게 움직여 에어매트를 깔고 나무를 제거하냐 마냐 하고 있던 중,
다행히 요구조자는 가족의 설득과 구조팀에 의해 현장에서 구조되었다.
소방서로 복귀한 후 매달려 있던 요구조자의 모습과 현장의 기억이 계속 생각이 났다.
이후 여러 번 자살 출동을 나가면서 충격은 무뎌졌지만 새로운 게 느껴졌다..
죽으려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살고 싶어하는 열망이 보였다.  .
그 역설을 경험하며 밖에서 뉴스로는 느껴지지 않던 ‘자살’이 내게 직접 다가왔다.
원고를 시작하며 이 기고문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쉬이 건네는 위로는 같잖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위로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이 영향을 미치는 수는 최대 28명이라고 한다..
한 해 평균 자살자 수가 1만 명 정도이므로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의 자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한 해에만 7~14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자살유족의 42.9%가 자살을 시도한다.
주위에 자살을 겪은 이들을 전문가들은 자살이라는 '재난'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자살 유가족을 '자살 생존자'라고 표현한다.
고민 끝에, 하고 싶은 말을 정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리고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존자로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의 주위 사람들은 그들이 보내는 시그널을 유심히 파악해서 신경쓰고 자살시도자들은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면, 주위 사람들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살과 관련된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셨으면 하는 맘이다.

호남제일인터넷신문 hoje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호남제일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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